화려했던 프랑스 역사의 산실, 베르사이유 궁전 (1)
어릴적 '베르사이유의 장미'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달려갔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내 또래 여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
프랑스 역사에 대해서도 -
마리앙투아네트가 어떤 인물인지도 .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나이였음에도 그 당시 꼬마 여자애들을 단번에 사로 잡았던
바로 그 애니메이션의 배경인 베르사이유 궁전에 왔다.
RER C선을 타고 베르사이 리브 고쉬(Versailles Rive Gauche)역까지 오는 길에 우연히 만난 동행자와 함께,
차가운 손도 녹일겸 커피를 한 잔 사들고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가는 길목까지 곧게 뻗은 가로수 사이를 걸었다.
멀리서 보아도 그 어마어마한 규모가 느껴진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명소이기는 하지만,
베르사이유 궁전을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이 곳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극명하게 호불호가 엇갈리는 장소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
이 곳이 루브르와 더불어 프랑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
겨울이라 그런지 입장하는 줄이 그리 길지 않아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궁전 입구에 들어서니,
고깔모자처럼 뾰족뾰족하게 다듬어진 정원목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베르사이유의 궁전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곳은 역시 어마어마한 크기의 정원.
굉장히 넓기 때문에 걸어서 모두 보는 것은 무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쁘띠 트레인을 타거나, 전기차(2인용이지만 뒤에도 타면 3인도 가능)를 렌트하거나 한다.
전기차의 경우 1시간에 30유로였는데, 면허증을 보여줘야한다 :)
우리는 쁘띠 트레인을 이용 -
궁전 곳곳에 위치한 조각상들과, 예쁜 연못들은
그 시절 화려했던 프랑스 절대왕정의 풍경을 가늠할 수 있게한다.
그러나 -
안타깝게도 지금은 겨울이다.
겨울의 베르사이유 궁전에서는 잎이 울창한 나무도, 형형색색의 화려한 꽃들도 볼 수 없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드넓은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 어떤 나무도 정갈하고 아름답게 손질되어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지금이야 그렇다치고,
그 옛날 이 드넓은 곳에서.
이 많은 나무들을 관리하던 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었던 것 같다.
머무는 내내
외로움이 느껴졌던 베르사이유의 겨울 정원.
키를 맞춰 양 옆으로 나란히 마주선 나무들과
곧게 뻗은 길이 예쁘면서도. 조금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