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그 마지막 :)
거대한 'ㄷ'자 형태를 띄고 있는 산마르코 광장.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은 16세기경에 지어졌다고 한다.
역시 전 날밤에 비해서는 한산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적다고 할 수도 없었건만 어찌나 휑하게 느껴지던지 -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카페 플로리안도 바로 이 곳 산마르코 광장에 있다.
단골 손님이 괴테, 바그너,
카사노바....등등등 였다고하니 그런 장소가 아직까지도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그저 신기할 뿐.
다음 날까지도 협소했던 무대장치는 철거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역시 이 곳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비둘기인가
한 켠에서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비둘기를 무서워해서 근처에 갈 생각도 안했다 ;ㅅ;
누가 바다 앞 아니랄까봐
비둘기와 더불어 갈매기까지 등장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살이 포동포동하다.
게다가 잘 날지도 않고 걷기만 하던;;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산마르코 대성당 옆 종탑이 되게 높아보인다.
저 종탑이 예전에 무너졌었는데 새로 지은 종탑이란다.
산 마르코 대성당과 두칼레 궁전 앞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나도 줄을 서서 살짝 둘러보고 나왔다.
베네치아에 비발디 생가가 아직 남아있다는 걸 미리 알았었더라면
한가롭게 혼자 시간 떼우는 김에 가봤을 것을
다시 생각해도 무지무지 아쉽다아 !
자욱하게 안개낀 날씨가 온종일 계속됐지만
다행히도 흐린 날은 아니었다.
안개는 꼈지만 하늘이 맑아서 그 풍경이 더 그림같았다랄까.
광장을 지나 작은 운하 위 다리를 건너다 발견한 탄식의 다리.
두칼레 궁전과 감옥을 잇는 다리로, 저 곳을 건너 감옥으로 가던 죄수들의 탄식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카사노바도 저 다리 너머에 있는 감옥에 갇혔었다고.
오묘한 빛깔로 물들어가던 하늘색깔과 베네치아의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지만 조금 슬프기도 했다.
이탈리아가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라고 생각하니
이 곳에 도착했던 그 순간부터 흐르는 시간이 얼마나 아깝고.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아마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길을 걸을 때마다 귓가에 울려퍼지던 구슬픈 바이올린 소리는 지금도 참 그립다.
멈춰서서 계속 듣고 싶어지는 그런 소리.
어릴 때는 피아노 소리가 그리도 좋았는데 언제부턴가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좋아졌다.
진작 배워볼걸. 그런 생각도 들고 아직도 기회가 되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니까 :)
길거리 연주가들도 오디션을 보고 뽑힌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나서부터는
연주가들을 볼 때마다 아 저 사람도 뽑힌 사람이겠구나. 아 저 사람도. 아 저 사람도.
하고 자꾸 의식하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그냥 신기해서.
돌아서고나면 무척이나 그리워질 거리들.
혼자 걷는 발걸음도 그 때문에 이 날따라 더 무거웠었나보다.
그래도 돌이켜 보니 이탈리아가 가장 무난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었던 나라였던 것 같다.
런던에서처럼 녹초가 될 만큼 빡빡한 스케줄도 아니었고.
파리에서처럼 김빠지는 사건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스위스에서처럼 밤이면 할 일 없이 숙소에만 틀어박혀있을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
눈물나게 떠나고 싶은 지금.
눈물나게 추웠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