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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때마다 새벽부터 부산을 떨어야했었는데,
이 날만큼은 다행히도 오전 10시 20분 기차였던지라 아침부터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파리에서 인터라켄까지 직행이 생겼지만, 시간대도 하나밖에 없고해서.
그냥 리옹역에서 바젤을 거쳐 인터라켄으로 가는 루트를 택했다.
마지막 날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리옹역에 도착했다.
말많고 탈많았던 파리를 떠난다 -
드디어!! 라는 기분도 잠시.
멈춰서있는 열차들을 보고 있자니
조금 복잡미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플랫폼 번호가 뜨기까지를 기다리며 마실 물을 하나 구입하고 왔다.
영국에서 남은 동전들과 유로화가 뒤섞인 동전 지갑에 남은 거스름돈을 마저 넣었다.
지갑 속은 이미 뒤죽박죽 -
여기에 스위스 프랑까지 더해질테지
역방향으로 가는 좌석에 앉았다.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이 쉴새없이 창문을 적신다.
머릿 속은 온통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버렸다.
멈출 줄 모르는 빗줄기에 침울해하며 한참동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하얗게 눈으로 뒤덮힌 산들.
그 사이로 피어오르는 안개.
푸른 초원.
그 위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집들.
창 밖으로 보이는 그림같은 풍경들을 통해 곧 내릴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달리던 열차가 멈추고 -
내릴 차비를 하며 캐리어를 손에 쥐었다.
Interlaken west_
역명을 스쳐지나가며 출구 쪽으로 향하던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그림같은 산들이었다.
실제로 눈 앞에 있었지만, 사진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마냥 서서 풍경감상이나 하고 있으면 좋았겠지만,
언제나처럼 우선은 숙소부터 가야했다.
숙소를 찾는 것부터가 도착한 여행지에서의 첫 시작이고,
어쩌면
가장.
단순할 수도.
가장.
고역일 수 있는 시간이다.
사실 초반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세 나라만을 가려고 했었다.
난 원래 고민을 길게 하는 타입이 아닌데도,
스위스를 넣을지 말지에 대해서는 발권 직전까지 망설였었으니까.
학창시절부터 꼭 한 번 쯤은 가보고 싶은 나라였기 때문에 아마도 더 그랬었나보다.
-
파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풍경의 인터라켄.
숙소로 향하는 마을을 걸으며, 이 곳 저 곳에서 눈을 쉽사리 뗄 수가 없다.
파리 일정을 조금 줄이고 스위스를 길게 넣을걸 -
하고 속으로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인터라켄에서만 3박을 계획했는데,
초반에 계획을 짤 때는 루체른도 갈 생각이었지만 -
첫 날 느즈막히 도착한 탓에 실질적으로는 이틀이라는 시간밖에 없어서 깔끔하게 인터라켄에만 머물기로 했다.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못해서 다른 도시를 갈 수 없다는건 역시나 많이 아쉬웠지만.
해가 진다기보다 순식간에 어둠으로 뒤덮혀버린다는 말에 가까웠던 런던.
그런 런던에 비해 제법 천천히 물들어가는 노을도 보여주곤 했었던 파리.
이번엔 한 겨울의 스위스.
그것도 산 속 작은마을 인터라켄이다.
역시나 겨울인지라,
4시가 넘어가면 바로 해가 지고 금새 캄캄해진다.
대부분의 상점들도 굳게 문을 닫았다.
그 유명한 쿱(coop)도 저녁 7시면 문을 닫는다.
파리에서처럼 야경을 보러 밤에 나간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은 온통 산뿐이다.
다른 것보다 걱정이었던 것은.
그칠 줄 모르고 내리던 비였다.
비 때문에 이 날 융프라우 정상까지 가는 산악열차가 잠시 운행을 못해서 결국 못보고 내려왔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와,
올라간다해도 날이 흐리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헛수고일거라는 이야기를 듣고나선
몹시 침울해졌다.
이 비가 그쳐야 융프라우에 갈 수 있을텐데 -
인터라켄에 온 이유가 융프라우 때문인데 못 올라가면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 !
일기 예보상으로는,
다음날도, 바로 그 다음날도.
흐림이란다.
아무래도 산인지라,
이 곳도 날씨 변동이 심하다고하니 -
일기예보가 오롯이 다 맞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에 희망을 얻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 인터라켄에서의 따뜻한 첫 날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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