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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는 예상대로(?) 빗나갔다.
계속해서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 예보와는 달리,
날이 조금 흐리긴 했지만 일단 비는 멈춘 상태로 인터라켄에서의 두번째날 아침을 맞이했다.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이 곳의 일기예보에 따르면 이 날까지는 비가 온다고 했고, 그 다음날이 그냥 '흐림' 이었기에,
그 예보를 믿고 융프라우요흐는 이 다음 날로 미루었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느즈막히 도착해서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마을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보통 애들이나 어른이나 집모양을 그릴 때 무심결에 삼각지붕 형태의 집들을 그리곤 하는데,
바로 그 전형적인 형태의 스위스집들이 발걸음을 디디는 곳마다 옹기종기 들어서 있었다.
설산 속에 둘러싸인 그림같은 집과 푸른 잔디.
이 얼마나 아름다운 조합인가 :)
거리는 마치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조용했다.
마을 사람들도,
지나다니는 차들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얼마쯤 걸었을까 -
한 여자 우체부가 어느 집 앞에 오토바이를 타고 멈춰섰다.
사람을 발견하고는 이내 반가움이 앞섰다.
- 저기, 실례지만 서역으로 가는 방향이 이 쪽 맞나요?
조심스럽게 건넨 물음에 친절하게 답해주었던 여자 우체부를 뒤로 하고,
다시금 마을을 걸어 나왔다.
아직까지 크리스마스 장식을 그대로 둔 집들도 여럿 보인다.
지난 밤 걸어온 익숙한 길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곧이어 큰 길과 호수가 보였다.
인터라켄은 전체적인 마을 분위기가
8년전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했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모든 것이 투명할 정도로 깨끗한 느낌.
가장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역시 역 근처
열차는 물론 버스도 이 곳에서 타게 된다.
인터라켄은 서역과 동역으로 크게 나뉘어지는데,
동역보다는 서역 쪽에 상점들이 몰려있다.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대형 슈퍼마켓 COOP(쿱)은 서역보다 동역에 있는 것이 조금 더 크다.
서역에서 21번 버스를 타고, 툰호수 근처로 향했다.
막 비 온 다음 날이라 그런지 가뜩이나 차가운 공기가 더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호숫가에 와 있으니 -
금방이라도 얼어붙어버릴 것 같다.
그렇지만 눈 앞의 풍경들이 너무 예쁘다 -
정말이지 자연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 그 자체.
그렇기에 -
춥다는 이유로 이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하고, 바로 돌아설 수는 없었다.
여전히 인적조차 보이지 않던 이 곳에는
무리지어 있던 오리떼들과 백조들만이 호숫가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딱 보기에도 얇아보이는 트레이닝 복만을 달랑 입고선 그림같은 풍경 아래 멈춰선 한 여인이 보였다.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가만히 서서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
춥지도 않나 - ?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추위도 잊은 채 넋놓고 있을만큼 툰 호수가 아름다웠다는 것에는 나역시 동의하는 바다. ♡
꽁꽁 얼어버린 손이 얼얼해진 것과는 상관없이, 잠시동안 호숫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론 그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불어오는 찬 바람은 어찌 할 길이 없었으니 -
게다가 파리에서부터 걸려온 감기가 스위스에서 더 심해지면 앞으로의 남은 여정에 대책이 없었다.
크게 한 번 숨을 들이켰다.
이 맑은 공기가 몽땅 다 몸에 스며들 수 있도록.
몇 번이나 크게 심호흡을 반복하고 나니,
몸과 마음에 진득하게 쌓여있던 나쁜 기운들을 말끔하게 정화시킨 듯한 느낌이다. :)
어디에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로 스위스 사람들은 이방인들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것은 친절함과는 별개의 이야기로,
'우리만의 공간에 낯선 침입자는 환영하지 않소 - ' 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었는데.
아마도 그것이 스위스의 자연환경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스위스 사람이라면, 아니 그 누구라도 스위스의 풍경을 직접 느끼고 본 사람이라면 .
절대로 조금도 훼손시키고 싶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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