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라노 섬에서 너 - 무 느긋한 시간을 보내서였는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도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부라노섬에서 돌아와 숙소로 가는 바포레토를 타는 곳은 리알토 근처였다.

어두워서 길을 헤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앞서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걷다보니 리알토 다리까지는 잘 찾아왔다. -

 

오기 전에 리알토 다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었기에

이 다리가 맞는지 아닌지,

사실... 갸우뚱거리며 몇 번 긴가민가했다. -_-;;

 

리알토 다리는 베네치아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알려져 있는데,

그 세월의 흐름이 무색하리만큼 여전히 튼튼해 보였다.

 

 

 

이 곳까지 오는 동안 , 하늘이 깜깜해졌다.

운하에 어른거리는 물 그림자를 보다보니 불현듯 생각이 났다.

 

그렇다.

이 날은 2012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리알토 다리는

여기가 과연 다리 위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 폭이 상당히 넓다.

 

다리 위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수많은 아케이드 점포들이 양 옆으로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는데 -

새해를 하루 앞둔 터라 더 그랬는지 무척이나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다리 아래에서는

곤돌리에들이 호객 행위로 바쁜 모습이다 :)

 

베네치아하면 누구나 곤돌라를 떠올릴 것이다.

운행 시간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싼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둘이서 타나, 여럿이 함께 타나, 같은 금액인지라 따지고보면 그리 비싸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어쩐지 곤돌라는 사랑하는 사람과 타야 할 것 같은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실제로도 부부나 연인들끼리 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베네치아의 신년 행사는,

이 날 밤 10시부터 산마르코 광장에서 열렸다.

 

특별한 날이니만큼 가면 상점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산마르코 광장에 모두들 가면을 쓰고 나타날 기세로 너도 나도 가면 구입에 여념이 없다.

 

그런 틈 사이에 있다보니

나도 잠시 흔들렸으나 ....

결국 가면은 구입하지 않았다;;

 

샀더라면, 짐은 되었을 지언정 멋드러진 가면을 쓰고 축제 기분도 맘껏 느껴볼 수 있었겠지만

결국 한국에서 먼지만 뽀얗게 쌓인 채 방치해 두게 될 것 같아서 그냥 참았다.

 

그치만 정말 멋지고 신기하고 예쁜 가면들이 너무 많아서 -

가면 상점에 들어가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가격들은 좀 센 편이었지만

 

 

산마르코 광장은 이미 어마어마한 인파로 가득차있었다.

 

모여있는 사람들에 반해 무대는 조촐하기 짝이 없었지만.

ㅎㅎㅎ

 

 

뒤편 계단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무대에서는 계속 어느 여자 가수가 혼자 노래를 했다.

한 곡이 끝나면 그 다음곡, 또 그 다음 곡도 계속 독무대ㅎㅎㅎ

 

이 날 밤

함께 동행했던 사람들 왈 , 아무래도 가수는 저 여자 한 명만 부른 것 같다며

 

여기도 큰 도시가 아니라 새해맞이 행사를 조촐히 하는구나 싶었지만

문득 케언즈에서의 새해 맞이가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무렴.... 그 날의 생쇼에 비하면 베네치아는 양반.

 

나는 이 말도 안되게 아름다운 도시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 거라고 - !

 

 

 

그나저나 여기 사람들은 카운트 다운 돌입을 왜 이렇게 빨리 하는건지 -

우리는 기껏 빨리 세어봐야 10부터 세는데

성질이 급하다더니 얘네들은 우리보다 더한가보다.

 

갑자기 와!!!~~거려서 이제 시간이 됐나보다 하면 10분 전.

또 와~~거려서 이제 진짜 카운트다운인가보다 하면 5분전.

다시 보면 1분전

.....세는게 빨라!

-_-;;;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 2013년이 밝았고,

나는 -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서 그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

 

이미 지금은 4월에 접어들었지만 말이다 :)

 

이 때 2013에서 멈추어버린 숫자가 그렇게도 어색했더랬다.

...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렇다.

 

 

카운트 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터진 폭죽들과

산마르코 광장 하늘에 흩날리던 꽃가루들. 거대한 풍선들 속에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손에 와인을 들고 가면을 쓴 채로, 시작되는 새로운 한 해를 반기며 축배를 들어올린다.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얼마나 보기 좋고 부러웠는지 모른다.

 

 

 

 

 

바로 이어질 줄 알았던 불꽃놀이가 시작되지 않아서 의아했지만.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아카데미아 다리 근처 즈음 다다랐을 때,

뒤늦게 뜸들이던 불꽃이 등 뒤편에서 하나 둘씩 터지기시작했다.

 

오히려 다리 위에서 보는게 야경과 어우러져 더 예뻐보였던 것 같은 느낌 :)

 

 

 

펑 - 펑 터지며 베네치아 하늘 위를 물들이던 불꽃들을 보면서

솔직히 그 날 밤 정확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여행 중에 특별한 새해를 맞이한 그 날 이후 지금까지 .

그 때 그 마음처럼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건지.

한 번쯤 되돌아봐야할 시기인건 아닐지 -

 

 

 

 

여러가지 생각들이 복잡하게 머릿 속을 맴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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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