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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날 시끌벅적하게 밤을 보내고 다소 피곤한 아침을 맞이했다.
모닝커피나 한 잔하고 돌아다니려고 들어간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주문했는데,
내 옆에 서서 슈크림이 가득 들어간 크루아상을 한 입 가득 앙 - 베어먹던 어떤 남자가
아침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를 얼마나 자극 시켰는지 모른다 -_-
새로운 한 해가 밝았다는 것을 크게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아마도
늘상 그 맘때쯤 티비에서 해대는 연말 시상식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비행기로 10시간이 넘게 떨어진 이 곳에서 여행 중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라면
아예 새해라는 것 자체를 인지하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다시 찾은 리알토 다리는
축제분위기로 떠들썩했던 전 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거뭇거뭇한 벽면과 금이 간 흔적들.
확실히 밝은 데서 보니
낡고 오래된 다리라는 것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촘촘하게 붙어있던 창문들이 인상적이었던 이 호텔 근방에서 잠시 방향을 잃었다.
(잘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정표가 곳곳에 있어서
나름대로 길찾기가 수월했는데,
잠이 덜 깨서 였는지는 몰라도
분명 전 날 밤에 지나온 길임에도 불구하고 밤에 왔을 때랑은 도통 다른 길 같아서
이 호텔 앞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했는지 모른다
아마도 새해 첫 날이라 그랬는지
이른 시간부터 곤돌라를 타려는 손님들이 무척이나 많이 보였다.
줄까지 서 있고.
왠지 전 날과는 너무 다른 풍경이었지만,
다들 즐거워보였다 :)
사실 이 날은 제법 추웠다.
그런데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노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
베네치아에서는 날씨가 계속 좋았었고 그렇게 춥지 않았어서 방심하고 있었는데
이 날만큼은 꽤나 강추위여서 당황스러웠다....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의 시간.
식사를 하고 계산을 마치기까지의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지.
아니나 다를까 피자는 나오자마자 식어버렸고 ㅎㅎ
밥을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 잘 모르겠다 싶을 정도였지만.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니 추위에 떨고 있는 건 오직 우리 뿐인듯.
다들 입김을 내뿜어가며 참 잘도 먹고 있잖아....
춥다고 그렇게 난리를 쳐놓고
혼자 바득바득 고집스럽게 젤라또를 먹었다.
정말 얼어죽는 줄 알았지만.
나는 이 날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에서 매일 매일 꼬박꼬박 젤라또를 먹었다;;
이미 손도 꽁꽁 얼어버린데다가,
온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차가웠지만.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안개 낀 베네치아를 걸을 수 있어 좋았다.
내가 베네치아에서 정말 운이 좋았다 라고 생각했던 것은.
마지막 날 비로소 안개가 자욱하게 낀 베네치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안개끼는 날이 잦다고 했지만,
막상 내가 갔을 때는 하늘이 굉장히 맑고 날씨가 좋아서 그런 베네치아의 모습은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베네치아를 떠나기 전 날 이렇게 자욱한 안개가 낀 베네치아가 짠 - 하고 눈 앞에 펼쳐졌다.
:)
그림으로도 자주 본 듯한 풍경이다.
뭐, 풍경 자체가 그림같기도 했고.
둘 중 어느 쪽이든지간에
이것이 베네치아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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