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베네치아

旅/2013' Italy 2013. 4. 9. 18:46

 

전 날 시끌벅적하게 밤을 보내고 다소 피곤한 아침을 맞이했다.

 

모닝커피나 한 잔하고 돌아다니려고 들어간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주문했는데,

내 옆에 서서 슈크림이 가득 들어간 크루아상을 한 입 가득 앙 - 베어먹던 어떤 남자가

아침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를 얼마나 자극 시켰는지 모른다 -_-

 

 

 

새로운 한 해가 밝았다는 것을 크게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아마도

늘상 그 맘때쯤 티비에서 해대는 연말 시상식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비행기로 10시간이 넘게 떨어진 이 곳에서 여행 중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라면

아예 새해라는 것 자체를 인지하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다시 찾은 리알토 다리는

축제분위기로 떠들썩했던 전 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거뭇거뭇한 벽면과 금이 간 흔적들.

확실히 밝은 데서 보니

낡고 오래된 다리라는 것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촘촘하게 붙어있던 창문들이 인상적이었던 이 호텔 근방에서 잠시 방향을 잃었다.

(잘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정표가 곳곳에 있어서

나름대로 길찾기가 수월했는데,

잠이 덜 깨서 였는지는 몰라도

분명 전 날 밤에 지나온 길임에도 불구하고 밤에 왔을 때랑은 도통 다른 길 같아서

이 호텔 앞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했는지 모른다

 

 

 

 

아마도 새해 첫 날이라 그랬는지

이른 시간부터 곤돌라를 타려는 손님들이 무척이나 많이 보였다.

줄까지 서 있고.

 

왠지 전 날과는 너무 다른 풍경이었지만,

다들 즐거워보였다 :)

 

 

 

사실 이 날은 제법 추웠다.

그런데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노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

베네치아에서는 날씨가 계속 좋았었고 그렇게 춥지 않았어서 방심하고 있었는데

이 날만큼은 꽤나 강추위여서 당황스러웠다....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의 시간.

식사를 하고 계산을 마치기까지의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지.

 

아니나 다를까 피자는 나오자마자 식어버렸고 ㅎㅎ

밥을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 잘 모르겠다 싶을 정도였지만.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니 추위에 떨고 있는 건 오직 우리 뿐인듯.

다들 입김을 내뿜어가며 참 잘도 먹고 있잖아....

 

 

 

춥다고 그렇게 난리를 쳐놓고

혼자 바득바득 고집스럽게 젤라또를 먹었다.

 

정말 얼어죽는 줄 알았지만.

나는 이 날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에서 매일 매일 꼬박꼬박 젤라또를 먹었다;;

 

 

 

 

이미 손도 꽁꽁 얼어버린데다가,

온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차가웠지만.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안개 낀 베네치아를 걸을 수 있어 좋았다.

 

 

 

 

내가 베네치아에서 정말 운이 좋았다 라고 생각했던 것은.

마지막 날 비로소 안개가 자욱하게 낀 베네치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안개끼는 날이 잦다고 했지만,

막상 내가 갔을 때는 하늘이 굉장히 맑고 날씨가 좋아서 그런 베네치아의 모습은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베네치아를 떠나기 전 날 이렇게 자욱한 안개가 낀 베네치아가 짠 - 하고 눈 앞에 펼쳐졌다.

:)

 

그림으로도 자주 본 듯한 풍경이다.

뭐, 풍경 자체가 그림같기도 했고.

 

둘 중 어느 쪽이든지간에

이것이 베네치아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Je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