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로 떠나던 날 아침.

머무는 내내 그리도 맑았던 베네치아에 비가 내렸다.

 

 

그치만 그 비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베네치아부터 안개 낀 베네치아에 이어 비내리는 모습까지 

아주 깔끔하게 다 보고 가는구나 - 싶어서 오히려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일기예보를 확인해보니

이 날은 베네치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대부분의 도시에 비소식이 있었다.

고로, 다음 목적지인 피렌체에도 비가 내리고 있다는 소리

 

숙소에 같은 날 피렌체로 떠나는 사람이 있어서, 역까지 함께 동행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기차 시간이 조금 빨랐던 내가 먼저 기차에 몸을 실었다.

피렌체 중앙역에 도착하자마자 날씨 체크 -

웬걸, 베네치아보다 훨씬 더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로마로 가는 기차표를 미리 사두려 줄을 섰는데

역내 곳곳마다 어찌나 많은 흑형(...)들이 우산을 팔고 있던지

 

마침 내 우산도 너덜너덜 고장난 터라 하나 살까 싶었지만,

이 비가 계속 온다는 보장도 없었고. 대충 쓰다 버리지 뭐 - 싶기도 했고,

그들-_-에게 사는 것도 영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싸지도 않고;;

고민을 거듭하다 그냥 우산을 새로 사는 것은 포기했다

 

다행히도 숙소까지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고장난 우산을 펴기는 너무 싫었지만.... 결코 맞고 갈 수준의 비의 양이 아니었다

한 손에는 고장난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캐리어를 질질 끌고....

 

울퉁불퉁한 돌길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섰다. 

 

 

 

돌길이라 바퀴가 워낙에 덜그덕 거려서 안그래도 불안불안...했는데

...캐리어에 걸려 함께 넘어지며 나는 빗물 바닥에 그대로 철푸덕 엎어졌다

바로 뒤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무슨 망신;;

 

다행히 심하게 넘어진건 아니라 다치지는 않았지만, 땅이 온통 빗물 투성이라 바지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검정색 바지라 자세히 안보면 크-_-게 티가 안났다는 점 정도일까;;;

(별로 위로가 안되지만 )

 

설상가상으로 체크인 시간이 2시부터라 12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나는 ...

빗물투성이 옷도 못 갈아입고 남는 시간동안 피렌체 거리를 헤매야했다

 

 

 

비는 무지하게 내리고... 옷은 거지꼴이고;;

지금 막 도착한 피렌체는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호스텔에서 지도를 받았지만, 다 비슷하게 생긴데다가 흐릿해서 뭐가 뭔지 알아볼 수가 없고

 

일단 비가 상당히 많이 내려서

뭘 구경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그냥 실내 어딘가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만 가득

그러나, 당장에 길을 모르는 나는 무작정 아무데나 들쑤시고(?) 다니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걷다보니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가죽시장이 나왔다.

중앙에 가게들이 워낙 촘촘하게 붙어있는데다, 오고가는 사람들이 우산까지 쓰고 있으니 -

도무지 이건 뭐... 길을 뚫고 지나는 것도 제법 큰 일이었다;;

 

방향도 모르겠고 ; 아니 왜 나는 계속 가죽시장만 나오는거야;

계속 그 길만 몇 번을 돌고 돌고 또 돌았는지

 

 

 

 

그렇게

혼자 제자리 돌기를 수차례 ;;

 

 

익숙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두오모다!

 

그래도 유일하게 알아보겠는 건물이라고;;;

어찌나 반갑던지.

 

가죽시장을 벗어났어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실내로 들어갔다.

일단 비 피하는게 우선

 

비록 비를 피하려 급하게 들어온 것도 있으나;;

 

언제나 그렇듯 -

성당은 들어오는 순간 경건해진다.

 

우리가 두오모로 더 잘 알고 있는 이 성당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두오모라는 말 자체는 이탈리아에서 주교가 미사를 집전하는 성당을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고 한다.

 

 

 

 

두오모 - 하면

아무래도 냉정과 열정사이의 영향 탓인지 쿠폴라에서 바라보는 경치만 생각했지,

내부에 관해서는 크게 떠올려본 적도 궁금했던 적도 없었다.

 

그러나,

두오모의 거대한 돔 아래에는 이렇게나 아름다운 천장화가 그려져 있다. :D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내부를 둘러보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나는 상당히 긴 시간을 실내에 머물렀다.

 

이 다음은 어디를 갈지도 생각해야했고,

여기서 숙소는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했고...

 

 

비가 많이 오니까 나가기 싫었던 것도 있고...(이 이유가 가장 컸을지도 )

 

 

 

 

왠지

두오모는 피렌체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첫 날 그것도 도착하자마자 두오모부터 오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날 좋은 날 두오모에 와서, 쿠폴라에 올라가 영화처럼 피렌체 전경을 사진으로 담아야지!

....했었는데.

 

이건 뭐 비오는 날.

그냥 얼토당토않게 헤매다보니 저절로 오게 된;;

그것도 지금 생각하니 우스운 얘기지만

 

 

 

 

 

비록 비가 많이 내려서,

하늘은 잔뜩 찌푸렸지만 이 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변함없이 많았다.

날씨 따위!

 

게다가 성당 외관이 너무 멋지고 예쁘다.

말도 안되게 아름다운 대리석 성당

 

 

 

 

 

 

 

두오모와의 감동스러운 첫대면을 마치고,

멋대로 돌아다니던 내 발길이 닿은 곳은 베키오 궁이 있는 시뇨리아 광장 [Piazza della Signoria].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인파와

곳곳에 놓여져 있는 조각상들을 보고 음 - 이번에도 제대로 찾아왔군 . 싶어 안심했다.

 

여전히 다시 숙소까지 잘 찾아갈 수 있을지 염려스러웠지만

 

 

 

 

 

 

첫 날은 비도 많이 내리고 피곤하기도 하니,

적당히 시내 맛보기 정도만 했는데,

 

피렌체는 무엇보다 길을 헤매는 것이 두렵지 않았던 도시였던 것 같다 :)

헤매면 헤매는 대로 의외의 곳들을 구경한다는 기분으로 다녔던 것 같고.

 

무튼, 나같은 길치 방향치들에게는 안성맞춤;;

 

 

 

 

이 날 저녁,

베네치아에서 같은 숙소에 있었던 분을 우연치 않게 호스텔에서  만났다.

그래서 저녁에 함께 밤마실 나가서 두오모 근처에서 젤라또 먹기 >_<

 

 

 

지도가 없어도.

골목에서 헤매도.

결국은 내가 가려던 곳들로 발길이 닿는 곳.

어떻게든 길을 찾게 되는 곳.

 

 

나는 그런 참으로 단순한 이유로 첫날부터 피렌체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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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