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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랫동안 이 곳에 서 있었는지 모르겠다.
우피치 미술관을 지나, 눈 앞에 펼쳐진 풍경과 내리쬐는 햇살이 정말이지 말도 못하게 눈부셨지만,
나는 단연코 피렌체에서 베키오 다리를 향해 걸었던
바로 이 시간이 가장 좋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뭐가 그리도 좋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마 선뜻 대답할 수 없을 지도.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런 이유없이 나는 이 곳이 참 좋았다.
아니, 굳이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늘 나를 또 다시 떠나고 싶게 만들었던 사진 또한 피렌체에서의 것들이었다.
이 곳에서 느꼈던 감정들은
잔잔했던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내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멈출 줄 모르고 요동치는 마음은 아직도 간간히 나를 부추기고 있다.
요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보는 것 만으로도 설레였던 아르노 강가의 모습을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
귀금속 세공소와 보석상들이 즐비했던 베키오 다리.
궁금해서 다리 위에 보석상들이 생겨난 이유를 찾아봤더니, 원래는 푸줏간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페르디난도 1세가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철거시킨 뒤, 보석상들이 들어섰다고 한다.
베키오 다리는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난 장소로도 알려져 있어,
수많은 피렌체의 연인들이 이 곳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그 증표로 자물쇠를 채운 뒤 열쇠를 강물에 버린다고 한다.
그 때문에 다리 입구에는 관광객이 채워놓은 자물쇠가 빼곡한 것을 볼 수 있다.
베키오 다리를 건너 조금 더 걷다보면 피티궁이 나온다.
일부러 가 볼 요량은 아니었지만, 걷다보니 발길이 닿았다.
사실 궁전 안에 있는 정원은 가보고 싶었는데 살짝 아쉽다 :p
또 다시 아르노강 쪽으로 돌아와
약속한 장소에서 지인을 기다렸다.
함께 미켈란젤로 언덕까지 걸어가기로 했기 때문 :)
강물 위에는 마치 거울처럼 피렌체의 모습이 그대로 멋들어지게 비춰지고 있었다.
에드워드 포스터(Edward Morgan Forster) 전망좋은 방(A Room with a View)이 떠올랐다.
피렌체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미켈란젤로 언덕까지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예쁜 길을 두 발로 걷는 편이 훨씬 더 좋았으니까 :)
이 곳에서 내려다 보는 피렌체의 모습은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낭만적이었지만,
귓가에 울려퍼지는 음악소리가 더해지니 그 감동이 더욱 더 짙어진다.
그 날의 여유
포근하고 예뻤던 날씨
알 수 없이 벅차올랐던 마음과 행복했던 시간.
모든 것들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갑자기 달달한 핫초콜릿 생각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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