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먹기 위해 줄을 서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다행스럽게도 라뒤레는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이었던 것 같다.

 

 

유명한 마카롱 외에도, 초이스했던 빵들이 다 맛있었기 때문에 두 번정도 더 방문했었다.

첫날의 기억때문인지 친절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던 파리에서

라뒤레는 직원들의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었고.

 

 

비가 내리던 아침, 샹젤리제와의 조금은 우울했던 첫 만남 이후 -


또 다시 찾은 그 거리에서
달콤함과 씁쓸함의 조화를 맛보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파리의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다.

샹젤리제부터 콩코르드 광장까지 이어지는 길 양 옆으로 옹기종기 길게 늘어섰다.

 

 

다음 날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러 갈 예정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곳에서 미리 파리의 크리스마스를 감상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이들을 위한 크고 작은 놀이기구들도.

귀여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가족단위로 스케이트를 타거나.

너도 나도 하나씩 군것질 거리를 손에 든 모습도.

모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파리의 풍경이었다.

 

 

 

 

 

 

 

 

 

아기자기한 마켓들에 정신을 빼앗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다보니

어느새 콩코르드 광장이 눈 앞에 -

 

 

'프랑스 혁명 광장' 혹은 -

이 곳에 설치된 단두대에서 루이 16세와 마리앙투아네트 등 천 여명 이상이 처형되며 '핏빛 광장'으로도 불렸다는 곳 ,

콩코르드 광장.

단두대가 있었던 그 자리에는 오늘 날 분수대가 자리하고 있다.

 

 

파리에서 가장 넓은 이 광장의 중앙에서 프랑스 역사의 현장을 함께 지나왔을 거대한 오벨리스크와

그 옆의 관람차를 보고 서있자니 -

과거 이 곳의 모습을 그려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아무도 타지 않은 상태로 멈춰버린 채 불빛만 들어와있던 회전목마와

한 켠에 덩그러니 놓인 트리의 조합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떠나는 여행은

나에게 주는 선물같은 것이다.

이 선물같은 시간을 조금 더 소중히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파리의 밤 하늘 아래서.

 

 

posted by Jenny♬

매일이 고단한 여행자의 패턴에 몸이 제법 익숙해진 듯,

저절로 같은 시간에 눈이 떠진지 며칠이 지났다.

 

 

단체로 소풍을 왔는지

사크레 쾨르 성당이 보이는 언덕 아래에는 어린 학생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었다.

 

 

그다지 큰 기대없이 왔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작고 아담했던 이 곳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사크레 쾨르 성당 아래 계단에서 울려퍼지던 바이올린 소리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속에는 클래식한 파리의 모습들이 보이는 듯 했다.

 

잠시동안만큼은 누구의 시선도 상관없이 그 분위기에 심취해있어도 좋을 것만 같았다.

나는 지금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 아래에 서 있으니까 -

 

순간의 자유로움을. 파리의 낭만을.

마음껏 만끽해본다.

 

 

 

 

 

오전이라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다행히 복잡하다고 느낄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다.

성가시게 군다던 흑인들도 크게 문제될 것 없었다.

 

 

하나둘 씩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을 때 -

나비고로 탑승이 가능했던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왔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어디든 여행지가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의 한 자락이,

여행자에게는 새롭고 특별한 추억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로마의 판테옹보다 더 웅장하게 느껴졌던 파리의 판테옹.

그 앞에 놓여진 트리들은 조금 볼품없었다 -

 

 

 

 

나는 소르본 대학을 지나 판테옹까지 이어지는 길들과

그 사이사이로 난 골목들을 걷는 것이 좋았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겨울느낌을 물씬 풍겼던 뤽상부르공원.

 

 

공원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표면적으로 잘 느낄 수 있는 장소 중 하나가 아닐까싶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한적한 공원에 산책을 나온 가족이 보였다.

아이들은 연못의 오리들을 향해 "꽥꽥꽥꽥-"을 외치고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자기들끼리 꺄르르르 웃었다.

 

어린 아이들은 어느 나라든지 참 다를 바가 없다 :)

 

 

 

 

 

공원을 참 좋아하는 나는,

어딜 가나 쉽게 볼 수 있는 이런 한적하고, 넓고, 푸른 공원이 많은 나라들과 -

그 곳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수도없이 해왔었다.

 

이 날,

가만히 벤치에 앉아

뤽상부르 공원에서 조깅을 하고 있던 한 남자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빡빡하고 바쁘기만 한 일정보다는 -

한적한 공원에서 계절을 느끼며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제법 괜찮지 싶다.

 

이 순간만큼은 -

사치스러워도 좋다 :)

 

 

 

posted by Jenny♬

(이어서)

숙소 위치는 미리 파악하고 와서 쉬울 줄 알았건만, 골목길을 잘못들어서 한참을 가고 나서야 잘못든걸 깨닫고 -

되돌아와서 맞는 길로 들어가려는데 순간 함께있던 분 왈,

"제니씨, 근데 점퍼에 모자 달려있지 않았어요? 모자 어디갔어?"

고개를 틀어 내가 입은 점퍼를 보니,

정말 점퍼에 달려있는 털.모.자.가. 안.보.인.다.

집도 아직 못 찾은 마당에 모자까지 없어진건가.

골목에서 헤매다가 모자를 떨어뜨렸나? 누가 떼어갔나?소매치기가 많다더니 얘네는 점퍼에 모자도 떼어가나?

별의 별 상상을 다하면서 겨우 찾은 숙소 대문 앞에 다다랐다.

중요한건 아니지만, 노드역에서 이미 지친데다가 오자마자 무언가를 잊어버렸다는 생각에 기분이 엄청나게 다운되기 시작

무튼....

생쇼 끝에 숙소 대문 앞에 섰으나 또 다시 난관에 봉착.

호수를 모른다

당연하다. 전화를 못했으니. 초인종이 눈 앞에 있어도. 어느 걸 눌러야.....할지...

당췌 근처에 공중전화는 눈에 안 띄고 -

다시 걸을 힘도 없던 와중에 근처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마침 와이파이가 되니까, 예약했던 곳에 글이라도 남겨볼까싶어

근데 너무 좋은 인터넷 환경 탓에... 글 하나 남기는데 어찌나 시간이 걸리는지.

극도로신경이 예민해져있는데... 함께 있던 분 왈.

갑자기 배가 고프다며 밥을 먹지 않겠냔다.

....

미안하지만 넘어갈 것 같지 않으니 혼자라도 요기 하라고 했더니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왔다.

....

근데!!!!!!!!!!!

초집중하여 계속 끊기는 와이파이를 붙들고 씨름을 하던 내게

그 분은

내 옷에 뜨거운 커피를 쏟아주셨다. (물론 실수로 )

순간 정신을 놓고 싶어졌다

쏟으신 그 분은 엄청나게 미안해하며. 괜찮냐고 물었고

놀란 스타벅스 직원도 다가와서 괜찮냐고 묻는다.

(안)괜찮다며 커피로 얼룩진 부분을 처리하러 화장실로 직행.

...했는데 문에 비번이 걸려있다.

뭐하나 한 번에 되는게 없다

카운터 직원이 적어준 번호를 들고 꾹꾹 비밀번호를 눌렀으나.

안열린다

다시 카운터로 가서 직원이 열어주는데 보니까 숫자 1을 7처럼 꺽어 써놔서 내가 7로 봤던 것........................

남녀공용이었던 한 칸짜리 화장실에서 얼룩진 옷을 처리하고 나오는데, 프랑스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

나가는 문을 열었는데 또 안열린다.

다시 시도.

안된다.

측은해보였는지 기다리던 그 남자.

- 너 프랑스어 할줄아니? 내가 도와줄까?

- 아니. 프랑스어 못하지만 도와줘봐

그렇게 화장실에서 힘겹게 탈출;

터벅터벅 걸어나와 다시 앉았다.

직원이 공짜로 커피를 한 잔 더 내왔으니 기뻐하라며 내게 쓱 내민다.
(그다지 기쁘지 않아 )

어찌저찌 글은 올라갔고. 글은 확인 되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렀다.

시간을 보니 이미 파리에 도착한지는 몇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근데 이러고 있다.

함께 있던 분이 다시 숙소 앞으로 가보겠다며 나갔고 ,

나는 이미 만신창이.

한참 뒤

극적으로 주인을 만났다며 뛰어돌어온 그 분.

그렇게 파리에 도착해서 오후 3시가 되서야

겨우 숙소에 들어올 수 있었다.

숙소에서 점퍼를 벗은 나는 빵 -

터지고 말았다.

모자가 없어졌다며 난리를 쳤는데

멀쩡히 달려 있는 모자

.....

점퍼 안 쪽으로 접혀 들어가있던 걸 모른채 그대로 입고 왔던 것.

악 - 창피해 - 완전 왕창피해

새벽같이 출발해서 일찍 도착하면 첫 날을 알차게 보내겠지 - 했건만.

이 날 한 일이라고는 공중전화 찾기와 공중전화 걸기(에실패)와 걷기(헤매기) 계단오르기(내리기),

스타벅스가서 커피 마시고(쏟은거 닦기), 와이파이(와 씨름하기) 뿐

정말이지 숙소에 도착해서 침대에 앉은 순간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았으나.

우리는 한 시가 아까운 여행자의 신분이 아니었던가....

결국 에펠탑이나 보고 오자 -

 

 

 

해서 찾아온 에펠탑.

해지기 전이라 그런지 에펠탑이 그냥 흔하고 보잘것없는 송전탑으로 밖에 안보인다.

기분 탓인가

어차피 금방 해가질 것 같아서 나는 그 사이 근처 슈퍼에서 물을 샀다.

함께 있던 분은 난데없이 떠먹는 요거트를 샀는데.
그 분이 스푼을 달랬더니 카운터 직원 왈,

- 그런거 없어

- 그럼 마셔야지뭐.

하더니

2개를 샀다며 나한테 하나를 스윽 내민다.

근데 그거. 마실 수 있는게 아니다. 응고된 푸딩같은 상태

마치 젤리뽀를 먹듯 옆에서 힘겹게 그것을 드시던 그 분

의지의 한국인이다

 

 

그 사이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고 에펠탑 가까이 다가갔다.

역시 -

에펠탑은 해가 져야 더 예쁜거였구나?

 

파리=에펠탑

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는 만큼.

파리에서 가장 먼저 보고 싶었던 건데 이렇게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보게 될 줄은 몰랐어

 

 

 

 

하지만 그 날 밤 에펠탑은 분명

아름다웠으니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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